쇠가 천조각이 되는 그날까지..  -  장선화



한달을 공들여 만든 작품이 고물상으로 가야할 처지에 놓인다면 어떤 기분일까.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좀 더 풀어보자. 직장인이  한달 내내 작업한 것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과 같을 터.

경희대학교 미대를 졸업한 조각가 최태훈이 조각전문 미술관인 김종영미술관에서 수상하는 '오늘의 작가상'에 선정됐다. 선정 이유는 가벼운 조각이 주류를 이루는 이 시대에 최태훈은 철의 성질을 가장 잘 아는 작가이며 철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예술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김종영미술관측은 밝혔다.

그는 요즘 조각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드물게 쇠를 쓴다. 거대한 쇠판을 갈고 구멍을 내는 과정을 거쳐야 탄생하는 그의 작업과정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엄청난 소음때문이다.

만든 작품을 보관할 곳이 없어 큰 작품을 밖에 내 놨더니 비맞고 녹슬기를 반복해 상태가 온전치 않게 됐던 것이다. 어쩌겠나 무너지는 가슴을 끌어안고 만든 작품을 고물상에 넘길 수 밖에...

2년전 쯤 이문열 선생의 집 앞에서 작업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얻고 1년간 작업을 했던 그는 그곳에서도 버틸 수 가 없었다. 잠을 잘 수없다며 이문열선생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이해했던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의 꿈은 원하는 대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화려하고 깨끗한 곳은 필요없다.쇠를 갈고 땜질을 해야 하니 그런 것은 꿈도 못꾼다. 대신 넓은 공간과 높은 천장만 확보하면 된다. 그는 이천에 봐 온 땅이 있다며 기자들에게 같이 투자하자고 넉스레를 떤다.

수상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아내와 아이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작업하느라 한달이상 집에 안들어가는 때가 많지만 어쩔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상하게 말을 하는 남자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교양없는 남자 만나 무던하게 살아 온 아내가 고맙다"고 했다.

돈과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 때로는 힘든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쇳덩어리에 혼을 불어 넣는 일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닐 터이니까.



최태훈의 '은하수'

그의 작품은 멀리서보면 거대한 천 조각을 덮어놓은 듯 하다. 엄청난 크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쇠를 섬세한 비단처럼 다루어 놓은 그의 테크닉에 고개가 숙여진다.

"기사 크게 써 주세요. 돈 벌어서 작업장 만들 땅 사게요. 하하하" 간담회가 끝나고 호탕하게 웃는 그의 웃음에는 쇠로 평생을 살겠다는 작가의 열정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