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오로라'는 저거야!  - 김수진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관람객들의 느낌이 어떨까?
매체가 입체일 경우에는 만져보거나 소리를 들어보거나, 오감을 총동원해서 작가의 혼을 느껴볼 수 없기에 한 컷의 사진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작가의 숨결을 대신해서 전해드림에 아쉬움을 달래본다.

<오로라>는 말하자면 철에 대한 이야기다. 거대한 철판에 작가의 인생 이야기들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철판 사이사이로 작가의 고된 작업 끝에 수많은 섬세한 구멍이 났고 그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빛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거대한 철판 사이의 수많은 작은 구멍들을 바라볼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오묘한 빛에 더 주목할 수도 있겠지….

‘철’과 함께해온 인생 - 스텐은 철보다 ‘찔기다’

미술관에 도착하자 때마침 학생들과 작가와의 대화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거대한 금속판 위에 어떻게 섬세하고 수많은 텍스처(구멍들)를 만들 수 있었는지, 빛의 효과를 내기 위한 작업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 등이 한창이었다.

작가는 지금까지 작업을 해오면서 ‘철’이라는 요소(motive)를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철과 함께해온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제는 철이라는 놈에 대해 좀 알 것 같다며, 그 놈들을 좀 부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스틸’은 ‘철’보다 질기다고 한다. 이런 비철금속은 일반 산소절단기로 작업이 안되고 유일한 도구가 ‘플라즈마 기법(plasma torching technique)’이라고 한다. 금속판 위의 수많은 요철들은 그만의 독특한 언어로 불리는 이 ‘플라즈마 기법’에 의한 표현인데 압축된 공기를 이용해서 철판을 절단하거나 그 위에 스크래치를 내는 기법을 말한다.

이 플라즈마 기법으로 철판에 그림을 그리듯이 더러는 중첩된 스크래치가 철판을 관통하며 헤아릴 수 없는 미세한 구멍을 만들기도 한다. 그 결과 철판을 마치 가죽이나 팰트천과 같은 유기적인 소재로 변형시키고, 소재의 표면에다 섬세한 요철과 질감을 부가한 것이다.

<오로라><블랙홀><갤럭시><은하수>. 전시장에는 온통 어마어마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러나 작가가 처음부터 거대한 우주를 주제로 작업해온 것은 아니란다. 그의 작품은 거대한 외형을 갖고 있지만 작품의 출발은 극히 미세한 부분에서 비롯된다. 그는 2000년 교통사고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씨앗, 나뭇잎 같은 작고 사소한 생명체에 대한 애틋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길가의 돌멩이 하나, 작은 소리들, 주변의 작은 생명에 대한 애정들이 삶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으로 발전되면서 미세한 먼지로 이루어진 우주의 논리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 그는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이 작가가 포기하지 않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조각가 최태훈>

조각가 최태훈은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을 해나가는 사람이다. 작은 일들이 인류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명심하고 생명에 대한 사명감,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또 미술에서 장르간의 경계가 사라져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끊임없는 수작업을 통해 조각의 본질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조각가이기도 하다.

철 덩어리를 절단하고 용접하는 그의 작업은 엄청난 육체적 노동을 요구한다. 작품 하나의 무게가 1000kg이상이며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하는 데에만 20여명의 인원이 동원될 만큼 그의 작품은 스케일이 대단하다. 작가는 고된 육체적 노동을 동반하는 작업을 통해서 매번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지만 이로써 존재의 이유를 찾기도 한다.

철을 다루는 작가의 치열한 몸짓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일련의 과정들에서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오로라,블랙홀,은하수.....마치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로 우리에게 다가 오는 것만 같다. 자연이라는 시공간과 형태를 넘어서 무한한 우주의 생명에 대한 작가의 끈질긴 탐험이야기들을 앞으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봐야겠다.